[독서일기 #2]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메이븐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와이프를 통해서이다. 작년 9월에 공무원시험을 합격하고, 인사발령이 미루어지면서 와이프는 시간을 보낼 이것저것 중에 독서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알게되었는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내가 같이 살면서 지켜본 와이프는 자신의 상처를 어딘가에 배출하지 못하고 늘 마음에 품고만 살았는데, 와이프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혼자 울면서 위로받기도 하고, 스스로의 상처를 잘 이겨내는 듯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지만, 나에게는 책을 읽을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손에 집게 된 계기는 지난 5월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갑상선암 때문이었다. 아마도 나도 위로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사실 이런 심리학 관련 책을 대학 4학년 때부터 많이 탐독하기 시작했다. 대학 4학년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도 답답하고 아찔하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도 없고, 원하는 자격증도 취득 못했고, 토익점수도 어정쩡했다. 세상 기준으로 보면, 나는 어정쩡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위로가 필요했었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어느정도 사회적 위치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나는 소위말하는 노답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책이 주는 위로가 필요했다.

 

그리고 올 해 다시 나는 책이 주는 위로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집필한 김혜남 작가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파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정신분석 전문가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고통의 세월을 인내해 오면서 쌓인 지혜가 묻어나는 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정신이 번쩍 들게끔 정신을 차리게도 한다.

 

나는 이 책의 부제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는데,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나는 아직 만으로 36세 이지만, 곧 마흔이 될 나에게 이 책을 일게하고 싶었다.

 

나는 대학시절에 법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을 읽을 때, 꼭 목차를 먼저 보라는 말씀이다. 그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런 습관이 나에게 숲을 보면서 나무를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다. 이 책의 목차를 읽다보면, 목차 하나하나 심겨져 있는 나무들이 참 기대가 된다. 그리고 목차 하나하나 읽어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작가님이 이 글을 쓰시고 제목을 다시면서 꼭 하고싶었던 핵심을 목차에 고스란히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파킨슨병입니다." 묵직한 울림이 있다. 2023년 5월 평소처럼 2년에 한번씩 하는 건강검진을 조금 특별하게 했다. 우리는 아이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건강검진겸 산전검사를 실시했는데, 마침 아는분이 계셔서 검사비 할인 대신에 다른 검사를 추가로 실시했다.

 

나는 목, 간초음파와 폐CT를 추가로 검진하였는데, 목과 간에서 좋지 않은 징후가 나타났다. 피검사와 간초음파결과 간수치가 기준치보다 2배가 높고, 술도 먹지 않는데 지방간이 있다고 했다. 이 때까지는 괜찮았다. 왜냐하면, 식단과 운동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 1주일 후 센터에서 세침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검사를 실시했는데, 검사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검사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무슨말인가요?", "갑상선암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내 인생에 암이라는 것이 찾아오리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특유의 차분함으로 병원을 알아보고, 예약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덤덤하게 알렸다. 와이프도, 엄마도 많이 울었다.

 

나는 덤덤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주일날 예배 시간에 기도하다가 울면서 "하나님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나는 괜찮은척 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나는 조금 두렵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믿어온 믿음대로, "All is well in GOD". 다 잘 될 것이고, 지금 현재 잘 되어가고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 책의 제목처럼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 누구에게나. 김혜남 작가님의 말처럼 "불행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있다."

 

그렇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2.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책이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이 제목을 보자마자 책을 덮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안락의자를 창가에 펴놓고 누웠다. 마침 갑상선암 수술을 마치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 이 제목을 보자마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나의 작은 방 창가에 걸린 하늘을 쳐다보았다.

 

물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아마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인간이 아닌가 싶다. 현재에 서서 미래의 불안함을 바라본다. 아직 오지 않을 직장의 미래를 걱정하고, 은퇴를 준비한다. 어떤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서 나의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질까를 고민하고, 어떤 스킬을 배워 나의 몸값을 올리고, 전직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이런 행동은 나의 불안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직장생활 10년 중 5년간 불안했다. 계약직으로 2년간 계약을 연장하면서 나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고, 현재는 정규직으로 지내고 있지만, 나의 직장인 대학의 미래가 걱정이다.

 

나는 어려서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인생 전반에 깔려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인생을 되돌아 보면 나는 부지런히 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조금씩 가져보려고 한다. 여행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멍하니 걷는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러닝머신을 뛸때도 유튜브를 보지 않기로 해다. 그냥 멍하니 내 뇌가 쉴 수 있도록 자유를 주어야겠다.

 

왜냐하면, 나는 완치판정이 나지 않은 암환자이기 때문이다. 잠시 멈춰서서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

 

 

3.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아이는 아이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우리의 아이가 내년 5월에 태어날 예정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인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인생에서 처음 가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초짜부모이기 때문에, 많은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교육학자인 비고츠키의 이론 중에 근접발달 이론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캐폴딩, 비계 등의 표현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비계는 건물이 올바로 설 수 있도록 일정기간 건물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건물이 어느정도 안정되고 나면 비계는 철거되기 마련이다. 완성된 건물에는 비계가 필요하지 않다.

 

한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임시로 설치한 비계의 역할일 뿐이다. 아이가 바로설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우리는 아이가 바로서도록 비계를 철거해야 한다.

 

요즘 부모님들을 보면 아직도 아이에게서 비계를 철거하지 못해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로 아이들을 남겨놓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일하고 있는 '대학'이라는 환경에서도 학생들이 부모의 도움을 통해 문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의 개입이 아이들을 스스로 서지 못하도록, 미완성의 상태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부모에게는 부모의 길이 있고, 아이에게는 아이의 길이 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뿐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 예비부모인 나는 나의 길을 잘 걸어가되, 아이의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잘 지켜봐줘야 겠다.

 

 

4. 결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점이 많지만, 한 가지 도전받은 것이 있다. 저렇게 몸이 불편하면서도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대단하고, 용기 있다고 느꼈다. 나도 앞으로 걸어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김혜남 작가님처럼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을 열심히 걸어가야겠다고 느낀다.

 

또한, 인생을 미리 걸어갔던 선배가 후배에게 들려주는 훈육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면서, 갈길이 막막할 때나 답이 없다고 느껴질 때 한번씩 꺼내어 봐야겠다. 아마도 많은 위로와 용기를 줄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책은 20대가 보기에는 많이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도 20대에 봤다면 별로 감흥이 없었거나, 금방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만36년이라는 쉽지않은 인생을 살고난 후에 이 책을 보니 참 많은 교훈이 담겨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 이 책에 더 마음이 많이 가는 이유는, 불혹이라는 마흔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인생의 고민앞에서 방황하거나, 관계의 문제 때문에 힘들었다면, 꼭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꼭 정답은 아니겠지만, 실마리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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